제가 속한 부서는 세계식량계획 내에서 식량원조를 계획 / 분배 / 구매 / 운송 / 관리 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Operations Department(OD)에 속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속한 과는 각 국가별 프로젝트 및 식량배급 문제를 관리하는 프로그램 관리국 (Programme Management Division, ODM) 산하의 기획과 (Programming Service, ODMP) 입니다. 기획과는 식량원조에 핵심이 되는 부서로서 각 국별 사무소 및 지역 사무소에 필요한 식량이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획과 (ODMP) 소속 직원은 26명이며, 그 중 정규직은 25명 입니다 (저를 제외한 전원이 정규직). 직원 중 간부급 (Professional Officer) 은 12명, 나머지는 비서급 (General Service) 직원 입니다. 기획과의 JPO는 저 한명 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간부급 한명과 비서급 한명이 함께 일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간부급 직원의 수와 비서급 직원의 수가 비슷합니다.

현재 제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세계식량계획의 사무소가 있는 중남미 지역 각국에의 식량분배 계획. 현재 담당 국가는 볼리비아, 콜롬비아, 쿠바, 에쿠아도르, 엘 살바도르, 과테말라, 아이티, 온두라스, 니카라과, 페루 등 10개 국가와 파나마에 있는 지역사무소.

2. 중남미 지역에서 진행되는 모든 식량지원 프로젝트 관리.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볼리비아 2건, 콜롬비아 1건, 쿠바 2건, 에쿠아도르 1건, 엘 살바도르2건, 과테말라 4건, 아이티 2건, 온두라스 2건, 니카라과 2건, 페루 2건, 파나마 4건, 총 24건.

3. 담당 국가의 식량원조 기획에 연관된 연락 (각국 사무소, 지역 사무소, 본부 구매국, 본부 운송국, 본부 해운국, 지역 사무소구매 파트, 예산과, 재정국, 공여지원담당국 및 기타 부서) 및 업무조정.

4. 대부분의 경우 기획업무가 이루어지는 경로는: 공여지원담당국에서 공여금 또는 공여물의 접수를 해당 지역 기획관에게 연락 > 기획관은 해당 국가의 사무소 및 지역사무소에 연락, 필요한 식량 종류 및 물량 문의 > 국가사무소 및 지역사무소에서 받은 정보에 따라 본부 구매국, 본부 운송국, 본부 해운국, 지역 사무소구매파트 등에 연락해서 구매 및 운송 가능한 식량의 물량과 어느 국가에서 구매할 것인지를 결정 > 결정된 정보를 국가사무소 및 지역사무소에 전달, 세계식량계획의 네트워크 시스템에 입력 > 입력된 결과를 본부 구매국 (해외 구매의 경우) 또는 지역 사무소 구매파트와 국가 사무소 (지역 및 국내 구매의 경우)에 알림.

5. 프로젝트별 예산안 집행 관리. 예산안은 식량의 종류별로 나뉘어 있으며 (쌀, 옥수수, 콩, 식용유 등) 종류별 예산을 초과한다면 (예를 들어 국제 식용유의 가격이 급등한다거나 자연재해 등으로 식량의 양과 수혜자를 늘려야 할 경우) 예산안의 개정이 필요함. 예산안의 개정은 해당 기획관과 국가 사무소, 지역 사무소의 협력으로 이루어짐.

6. 기획과에서 관리하는 응급지원기금 (Immediate Response Account, IRA)에 대한 국가 및 지역 사무소의 지원 요청서를 검토, 기획과장 명의의 기금 지원 요청서 작성, 기획과장에게 보냄. 해당 국가 및 지역 사무소의 지원 요청서 관련 질문사항 답변.

7. 각종 보고서를 위한 자료 제출. 기획과의 자체 보고서 및 공여지원담당국 또는 기타부서에서 요청하는 각종 자료 제출.

8. 각국 사무소 및 지역 사무소의 기획관련 업무 지원. 지역 및 국가 사무소에서 자국 예산안이나 접수된 공여금의 식량 구매후 잔액 등에 대한 기획관련 문의가 매일 상당수 있으므로 많은 시간 투자 필요.

9. 기획 및 구매 / 운송 등의 자금관련 내지 기타 문제가 생겼을 경우 문제 해결의 선두주자가 됨. 기획과의 책임 사항이 아닐 경우에도 (예를 들어 구매국에서 잘못된 구매를 했거나 운송비가 운송국에서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들었을 경우) 필요 자금을 구하거나 세계식량계획 네트워크 시스템 상의 입력정보 및 오류를 수정, 또는 기타 관련된 부서와 연락해서 업무조정을 해야함.

파견 부서가 WFP기구 내에서도 업무량이 많기로 유명한 부서라서 업무량은 많았지만 그만큼 배운 점들도 많아 보람이 매우 컸습니다. WFP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유엔 기구 중에서 관료주의가 적은 편이고 비교적 효율적이며 투명하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만족도도 큰 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응급 원조 업무가 많은 만큼 급하게 해야하는 업무도 많지만, 대체적으로 직원들도 보람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파견기구의 근무여건은 부서마다다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자율적으로 제가 맡은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이 주 업무였기 때문에 제가 스스로 질문이 있어서 상사에게 물어보거나 상관이 한 질문 내용에 대해 보고서 작성을 해야하는 경우 외에는 상사나 다른 동료들의 규제나 간섭없이 자율적으로 일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본부인 로마에서 근무하는 것의 장점은 본부 내 다른 부서들 및 국가/지역 사무소와의 네트워킹 (특히, 업무적으로 왕래가 잦은 경우)이 비교적 쉽고 제가 일하는 부서의 특성상 WFP 전체의 업무 파악 (공여금의 지원으로부터 원조물자가 수혜자들에게전달되기 까지의 과정)이 빠른 시간내에 가능하다는 점을 들고 싶고, 단점은 수혜자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 스스로 하는 일이 현지에서 얼마만큼의 임팩트를 가지는 것인지에 대한 감각이 무딘 점을 들고 싶습니다.

현재로서는 JPO의 진출이 한국인이 WFP에 진출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인것 같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다른 유엔 기구들보다 더 JPO의 정규직 변환이 쉽고 JPO의 대우도 다른 기구들에 비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P-2급 진출에는 JPO제도가 가장 효과적이지만, 그 이상의 고위직 진출을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이미 경력이 있는 대한민국의 인재들 중에서 영어 및 기타 유엔 공용어 (JPO가 아닌 모든 정규직 직원들은 영어 외에 기타 유엔 공용어중 적어도 하나는 중급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용이 용이한 인재들을 선발하여 해당 국제기구에 임용을 권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저는 다행히도 업무가 매우 많은 기획과에 배치되어 처음부터 다른 기획관들과 같은 업무가 주어졌고, 다른 기획관들도 JPO 출신들이 많아서인지 동료들과 동등한 책임을 지고 동등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한국인 JPO들은 2년 후에는 일하던 부서를 떠나야 하므로, 경력을 충분히 쌓은, 일하던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제 경우는 지금은 은퇴하신 기획과의 전 상사와 기획과 동료들이 저를 구매 부서 (Procurement)에 적극적으로 추천해서 정규직 전환이 용이했지만, 유엔이 전반적으로 예산을 삭감한 지금의 시점에서 저같은 경우는 JPO들 중 많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2년은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쌓기에는 부족한 기간이므로 JPO의 기간 연장이나 3년 째에는 유엔기구와 재정 분담을 하는 것을 건의드리고 싶습니다. 현 제도대로 계속 JPO를 2년간 지원한다면 한국인 JPO들은 대부분 1년 6개월의 경력만 쌓은 채로 타부서 및 국가 사무소의 정규직으로 원서를 넣게 됩니다 (JPO기간이 끝나기 6개월전부터 원서를 넣도록 JPO 사무실이 권유합니다). 직장 경력이 있는 JPO들은 조금 상황이 낫겠지만 직장 경력이 없는 JPO들은 UN의 P2급 기본사항인 ‘3년 업무 경력'에 훨씬 못미치는 경력을 가지고 정규직에 지원하므로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더 어려워 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